초 단위로 쏟아지는 디지털 피로감 속에서, 책을 펼쳐 드는 '시간의 여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스타필드 코엑스의 별마당 도서관 한가운데 섰던 날이 생각나요.
천장까지 닿을 듯 거대하게 솟아오른 서가와 수만 권의 책들에 압도되기도 했지만, 정작 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 건 그 공간을 채우고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스마트폰 액정에서 잠시 눈을 떼고, 책장을 천천히 넘기며 나란히 앉아있던 커플과 가족들. 쪼개진 초 단위의 자극을 벗어나, 아날로그 활자 속에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머물게 하는 그 풍경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어요.
'아, 어쩌면 저런 멈춤과 여유야말로 지금 시대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순도 높은 하이엔드 럭셔리가 아닐까.'
데이터가 줄 수 없는 지적 취향의 인장, 메종이 서점을 여는 이유
최근 글로벌 하우스들이 디지털 팝업을 넘어 오프라인에 '책방'과 '아카이브 라운지'를 짓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에요. 빠르게 스크롤되는 트렌드를 파는 대신, 브랜드가 지향하는 '지적 세계관'을 고객의 마음에 안착시키려는 고도의 전략이죠.
생로랑(Saint Laurent)의 문화적 야심, '바빌론(Babylone)'
파리 7구에 문을 연 생로랑의 서점 바빌론은 단순히 룩북을 파는 곳이 아니에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가 직접 고른 희귀 아트북, 빈티지 레코드, 그리고 독립 출판물이 채워져 있죠. 옷을 팔기보다 브랜드가 가진 문화적 아우라를 직접 만지고 느끼게 하는 지적 안식처를 만든 셈이에요.
샤넬(Chanel)의 '랑데부 리테레르(Literary Rendezvous)'
가브리엘 샤넬 시절부터 이어져 온 문학에 대한 애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앰버서더들과 함께 작가를 초대하고 책을 읽는 문학 라운지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어요. 단순히 가방을 파는 하우스를 넘어, 깊이 있는 대화와 활자가 오가는 '사교의 장'을 소유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방식이죠.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출판 헤리티지와 시티 가이드
여행이라는 브랜드의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 수십 년째 자체 시티 가이드와 트래블 북을 종이 책으로 펴내고 있어요. 화면 속 지도 앱이 경로를 안내할 때, 메종의 두툼한 양장본은 한 도시의 낭만과 예술적 결을 전합니다.
진짜 럭셔리는 로고를 소유하는 것을 넘어, 내 시간의 주도권을 쥐는 태도에서 완성된다. 거대한 책장 아래에서 종이 냄새를 맡으며 문장을 곱씹는 행위. 메종이 서재를 짓는 이유는 물건이 아니라 바로 그 대체 불가능한 '삶의 여백'을 선물하고 싶어서다.
스크롤을 멈추고 종이 냄새를 맡으며 문장을 곱씹는 행위는, 영앤리치 고객들에게 자신의 지적 안목과 문화적 취향을 은밀하게 드러내는 새로운 상징이 되고 있어요. 옷을 입는 것을 넘어 메종이 선별한 서재에 머무는 경험. 그곳에서 사람들은 브랜드의 로고가 아니라 브랜드의 '영혼'을 마주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여러분은 지금 쉼 없이 쏟아지는 피드 속을 달리고 계신가요, 아니면 나만의 온전한 여유를 위해 책 한 권을 펼쳐 들고 계신가요?
Inspired by
Vogue Business: Culture - Why Fashion Brands Are Investing in Books, Art, and Culture
The Business of Fashion (BoF): Strategy - How Luxury Brands Use Publishing to Build Cultural Capital
LVMH Corporate: News - Louis Vuitton Publishing: Over 20 Years of Travel Books and City Guides
